거울나라의 앨리스전
보다 컨템포러리 큐레이터 박지영
7월 오후,/ 햇빛이 빛나는 하늘을/ 배 한 척이 꿈을 꾸듯이 떠가네.// 옆에 앉은 세 아이들,/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쫑긋이 세우며,/ 소박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네.// 하늘에 빛나던 햇빛이 저문 지도 오래,/ 메아리는 사라지고 기억은 희미해지고,/ 가을 서리는 7월을 몰아내네.// 하늘 아래에서 움직이던/ 앨리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환영처럼 꿈 속에서 나타나네.// 아이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기다리며,/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다정히 다가앉는다네.// 세월이 흐르고,/ 여름이 스러져도,/ 이상한 나라에서 꿈을 꾸며 산다네./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금빛 햇살 속을 서성이며/ 인생은 한갓 꿈이 아니런가! 『거울나라의 앨리스(1871년)』는 영국의 아동 문학 작가 루이스 캐럴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속편이다. 작품은 배경과 주제와는 상반되는 거울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편은 따뜻한 5월, 야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카드놀이의 이미지가 사용되었으나, 이 작품은 추운 11월에 실내에서 시작되며 시공간이 자주 바뀌고 체스의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주인공 앨리스는 전편에 등장한 고양이 다이나(Dinah)와 놀다가 거울 반대편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과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체스게임에서 승리하여 이상한 나라의 여왕이 된다.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위에 적힌 시는 책의 마지막에 실린 내용으로, 저자인 루이스 캐럴 자신의 삶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제모델이기도 한 엘리스에 대한 연민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사랑한 그의 성격과 인품을 잘 드러내고 있다.
보다에서 기획한『거울나라의 앨리스』展에 참여한 박새롬, 윤아미, 최지선은 작가로서 오늘이란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꾸는 꿈은 이미지를 넘어선 시각언어로서 재현된다. 세 작가는 자신과 타자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인식과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거울은 앨리스가 꾸는 꿈, 즉 비현실공간, 이상이 존재하는 세계로 통화는 매개체로서 작가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그들의 작품은 동화『거울나라의 앨리스』속의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들게 하는 매개체인 거울과 닮은 꼴이다.
영혼이 자유로운 상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동화『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빠져들고, 실제로 우리는 현실세계에서도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신비로운 경험들을 한다. 나 아닌 남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타인을 만나 그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선택들에 따라 나오는 새롭고 이상한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로 들어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정말 나는 누구일까?"